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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3 Halloween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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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 햇볕은 따사롭다. 환한 광채에 빛나는 머리칼도, 예쁘게 웃는 눈동자도, 그 속에 비치는 제 모습도. 바람이 한 차례 훑고 지나가면 습기를 잃어가는 잎들이 하나둘 땅으로 낙하한다. 완연한 가을이요, 또 사랑하는 계절이다. 그는 딱히 목적지는 정해두지 않은 채로 걸었다. 곁에 함께하는 이에게 온 신경을 기울이며.
“겨울도 곧이겠어. 가을이 지나가면 꽤 아쉬울 텐데…”
“겨울도 나쁘진 않아. 우리 예전엔 눈 속에서…….”
말을 끝맺지 못하고 생각에 잠긴다. 옛 겨울 어느 즈음에, 뒤로는 선뜩한 심정에 다음 단어를 고르지 못한다. 그러니까, 그때…
“겨울에?”
되묻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. 응, 그냥 좋았다고. 도통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. 왜 이렇게 문득 떠오르는 감정들이 있는지, 이 철렁한 기분은 뭔지. 깊게 캐묻기보단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본능은 어째서인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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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칼렛, 아침이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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